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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

메타버스 원격진료와 기존 의료법의 충돌

by info-donga 2025. 9. 23.

1. 메타버스 원격진료의 부상과 의료법의 한계

메타버스 원격진료는 단순한 화상통화를 넘어,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환경에서 환자와 의사가 상호작용하는 차세대 의료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환자는 아바타를 통해 가상 병원에 접속하여 진료를 받을 수 있으며, 의료진은 현실과 유사한 환경에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데이터를 분석한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적 기술은 기존 의료법 체계와 필연적으로 충돌한다. 현행 의료법은 ‘대면 진료 원칙’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원격진료는 일부 예외적 상황에서만 허용된다. 특히 메타버스 환경에서는 의사와 환자가 실제로 만나지 않고 가상 공간에서만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기존 법 규정과 맞지 않는다. 의료법이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진료 모델이 등장한 것이다. 따라서 메타버스 원격진료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기존 의료법의 근본적 재검토와 제도적 정비가 불가피하다.

메타버스 원격진료와 기존 의료법의 충돌

2. 대면 진료 원칙과 비대면 진료 허용 범위

현재 의료법은 환자의 안전과 진단의 정확성을 보장하기 위해 원칙적으로 대면 진료를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팬데믹을 계기로 일부 지역과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되면서 원격진료의 필요성과 가능성이 입증되었다. 문제는 메타버스 원격진료가 단순히 영상 통화로 처방하는 수준을 넘어, 가상공간에서 의료 데이터를 시뮬레이션하고, 환자의 디지털 트윈 모델을 활용하는 등 더 복잡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이러한 형태의 진료는 기존 의료법이 규정한 비대면 진료의 범위를 크게 벗어난다. 예를 들어, 법적으로는 환자가 직접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았기 때문에 약물 처방의 적법성이나 진단 결과의 법적 효력에 대해 논란이 생길 수 있다. 결국 대면 진료 원칙을 고수할 것인지, 아니면 환자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조건을 전제로 새로운 비대면 진료 범주를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3. 책임 소재와 법적 충돌의 핵심 쟁점

메타버스 원격진료가 기존 의료법과 충돌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책임 소재의 불명확성이다. 대면 진료에서는 의료 사고 발생 시 의사의 주의 의무 위반 여부를 중심으로 책임을 판단한다. 그러나 메타버스 환경에서는 기술적 오류, 데이터 전송 지연, 플랫폼 보안 취약점 등 다양한 요인이 개입한다. 예컨대 환자의 생체 신호가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잘못 전달되어 오진이 발생했다면, 이는 의사의 과실인지, 플랫폼 제공자의 책임인지, 혹은 환자 측 기기 문제인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현행 의료법은 이러한 복합적 책임 구조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적 공백이 존재한다. 또한 의료법은 국가 단위의 법률이지만, 메타버스 원격진료는 국경을 초월해 이루어질 수 있어 국제법적 충돌 문제도 발생한다. 즉, 환자가 해외에서 접속하여 국내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경우, 어떤 국가의 법을 적용할 것인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른다.

 

4. 제도 개선과 미래적 대응 방향

메타버스 원격진료가 기존 의료법과 충돌을 해소하고 제도권 안에서 정착하기 위해서는 다층적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법률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대면 진료 원칙을 무조건적으로 고수하는 대신, 메타버스 환경에서 환자의 안전성과 진료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조건을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 둘째,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가상 진료에서 데이터 수집·처리·보관 방식, 약물 처방 절차, 진단 효력 인정 범위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셋째, 책임 분담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의료진, 플랫폼 제공자, 환자 각각의 역할과 의무를 규정하여 법적 충돌을 최소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제 협력을 통해 메타버스 원격진료에 대한 글로벌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경을 초월한 의료 서비스의 특성을 고려할 때, 국제적 합의 없이는 법적 불확실성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결국 메타버스 원격진료는 기존 의료법 체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며,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작업이 시급하다.